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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앵커 멘트>
남북통일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가는 [통일로 미래로]입니다.
이번 주 서울에서는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습니다.
한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도 어려운 사정에 식을 올리지 못한 탈북 부부 백 쌍이 뒤늦게 백년가약을 맺었는데요.
늦었지만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이들 100쌍의 부부를, 이현정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.
<리포트>
여기 새로운 출발선에 선 남남북녀와 북남북녀, 100쌍의 부부가 있습니다.
꿈에 그리던 웨딩드레스를 입는 신부들의 마음은 설레고.
<녹취>
김수양(50번 신부) : "결혼식이라는 건 이제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. 그런데 이렇게 해 주니까. 정말 뭘 말할 수 없어요."
<녹취>
임향(40번 신부) : "원래 결혼 준비하면 아파요."
<녹취> "제가 너무 아파서 오늘 겨우 나왔어요."
신랑들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집니다.
<녹취>
신경호(40번 신랑) : "남남북녀 좀 그런 것보다 그냥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는 거다. 필이라고 그러죠. 마음이 통하니까 사는 거지."
행복한 표정의 신랑, 신부들.
북에서 내려온 뒤 가정은 꾸렸지만 정작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부부 100쌍이 오늘 함께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었습니다.
<녹취>
전성환(북한이탈주민 100쌍 합동결혼식 추진위원장) :
"이번에 100쌍 결혼식 하는 분들은 보통 신혼부부들과 달리 많은 역경을 딛고 이겨온 용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살리라고 믿습니다."
오랫동안 꿈꿔왔던 ‘결혼식’.
잠시 후 이곳에선 100쌍의 합동결혼식이 열리는데요.
늦은 결혼식 이지만 마음만은 새신랑 신부 같습니다.
<녹취>
박남일(31번 신랑) : "오늘 또 크게 모르겠는데, 드레스 입으니까 천사가 따로 없네요. 저희 지금 4년, 결혼식 없이 4년 같이 살고 있거든요. 아이 둘 낳고 살면서 결혼식을 안 했었거든요."
함께 산 세월이 있는데도 막상 식장에 서니 떨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.
<녹취> “어떻게 하면 좋아. 꽉 쥐지 말고 살짝. 계란 잡듯이.”
그 중에서도 이 부부, 오늘이 더 각별하다고 하는데요.
교도소 복역 중인 남편이 오늘을 위해 특별히 외출을 받아 나왔기 때문입니다.
<녹취>
김영옥(16번 신부) : "지금 결혼식 때문에 시간 받고 왔거든요. 그래서 좀 많이 어려운 상황이에요."
<녹취>
김성룡(16번 신랑) : "떳떳하지 못한 게 참 부끄럽죠. 집사람한테는. 나름대로 잘 한다고 했는데. 이런 자리까지 온 게 참 미안하죠. 제가." 이 자리에 오기 위해 무던히 애썼을 신부.
면사포를 쓴 모습을 보며 다시는 울리지 말겠다고 다짐하는 16번 신랑입니다.
<녹취>
김성룡?김영옥(16번 부부) :
"지금은 어쩔 수 없이 이런 상황이지만 앞으로 천배 만 배로 집사람, 애들 다 행복하게 잘 할 자신 있습니다. 사랑해 여보.
(나도 사랑해요.)"
<녹취> "신랑과 신부의 입장이 있겠습니다."
드디어 백년가약을 맺을 시간.
늦깎이 신랑, 신부가 수줍게 맞절을 합니다.
<녹취> "신부를 아끼고 사랑할 것을 맹세하십니까? (네.)"
<녹취> "신랑에게 ‘사랑해요’하고 큰 소리로 하십쇼. (사랑해요.)"
서로의 손에 끼워준 반지는 변치 않는 사랑을 의미하겠죠.
<녹취>홍용표(통일부 장관) :
"정말 행복하게 사십시오. 여러분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여러 분들의 후배들에게 큰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고…."
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미안했던 신랑의 마음도, 신부의 서운함도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입니다.
<녹취>
"두 사람은 여러 증인들 앞에서 일생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될 것을 굳게 서약하였음으로 이에 주례는 신랑과 신부가 부부됨을 선언합니다."
<녹취> "축복하노라 그대들 새 가정 축복하노라 오늘의 이 행복"
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결혼식을 치를 수 없었던 사연도 다양하지만 이들 100쌍 부부에게는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는
사랑이 있었습니다.
어려운 살림에도 서로에게 힘이 돼주며 견뎌 왔을 시간들.
이제 100쌍의 부부는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다시 출발합니다.
<녹취>
박남일(31번 신랑) : "(북에 있는) 부모님한테 이런 모습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. 사실 아직 며느리 얼굴 한 번도 못보셨으니까요. 제일 예쁘게, 딱 천사처럼 차려입은 걸 보여 드리지 못하는 게 조금 한스럽기도 하고, 마음이 좀 착잡하네요."
<녹취>
김민정(16번 신부 하객) :
"너무 기뻐요. 저기 북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잖아요. 여기 와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, 좋은 신랑을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너무 기뻐요."
결혼식 다음 날 아침.
약식이나마 신혼여행에 나섰습니다.
<녹취>이주영(61번 신부) : "기분이 좋긴 좋죠. 북한 사람들만 이렇게 모여 있으니까 친정집 식구들이랑 같이 온 기분?"
어린아이들처럼 마냥 신이 난 새신랑 새 신부.
외국의 고급 휴양지는 아니더라도 둘이 함께라면 뭔들 재미있지 않을까요.
<녹취>
"저 가오리의 이름은 실제 얼룩매가오리이기도 합니다. (아, 매 같다. 이것들은 움직이지도 않네.)"
<녹취>
김수양(50번 신부) : "고래도 여기 와서 처음 보니까. 고래가 진짜 옳은가 여기까지 와 있나 생각했어요."
<녹취>유창히(50번 신랑) : "바다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에요. 너무 좋아서."
차곡차곡 쌓여가는 신혼여행의 추억.
한나절 소풍 같은 짧은 여행이지만 아마 평생도록 오늘을 잊지 못할 겁니다.
<녹취>신경호?임향(40번 부부) :
"잘 살자. (잘 살게요. 지금 저희 잘 살고 있고, 앞으로도 변함없이 잘 살겠습니다.)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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